쿠팡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훔치면 어떻게 될까?

쿠팡은 각종 생활용품이나 상품을 직접 매입해서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365일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고객에게 배송한다. 이런 직매입 방식은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물류센터 규모가 크고 상품과 주문량도 많다 보니 필요한 작업자 수 역시 많을 수밖에 없는데 만약 일하다가 상품을 몰래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 번만 걸려도 바로 아웃이다. 고가의 휴대폰이든 저렴한 과자든 결과는 마찬가지라서 '처음이라 몰랐어요'나 '한 번만 봐주세요' 같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고양쿠팡 규정 안내문

물류센터의 주 업무에는 상품 입고나 출고 작업의 비중이 높지만, 그 외 고객이 반품/교환 신청한 상품을 수거해서 검수하는 일도 포함된다. 고양쿠팡 센터 1층에 있는 AR 공정에서는 고객으로부터 반품된 상품의 상태를 확인해서 재판매나 수리, 폐기 등의 등급으로 나누고 분류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센터 안 관련 안내문을 보면 맥북, 휴대폰, 헤드폰 같은 전자제품 말고도 면도날, 리퀴데이션(저 컨디션 업체 판매 상품) 등 다양한 반출 상품 목록과 처리 결과를 볼 수 있다. 고가의 제품은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재판매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상품이든 적발되면 결과는 같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마사지 오일은..

고양쿠팡 사내 불법행위 안내문

단순히 외부로 상품을 반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지만, 그 외 불법 행위 목록이 몇 가지 더 있다. 안내문의 사례가 실제로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쿠팡은 목록 내용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 알아두자.

FC 보안팀

다른 항목은 잘 모르겠는데 특히 절도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작업장에서 상품 접할 기회가 많은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센터에 자주 나왔다면 작업장 구조도 익숙하고 '안 걸리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안 걸리고 반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보안 게이트

고양쿠팡 기준으로 A, B동 각층 출입문을 지나 작업장으로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누구든 예외 없이 보안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우선 금속류 물건은 게이트에서 무조건 감지되니 안전화를 제외한 금속 버클 허리띠 같은 소지품이 있다면 귀찮더라도 빼서 보안 요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금속류 상품을 몸에 숨기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럼 커피믹스나 초콜릿 같은 비금속 물품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안이 보이는 텀블러나 작은 간식, 처방 약 등은 투명 파우치에 담으면 작업장에 가져갈 수 있지만, 작업장을 나올 때 간식류는 모두 섭취하고 나와야 한다. 제품 포장지도 보안 게이트에 감지 돼서 비금속 제품이라도 밖으로 가져나갈 수 없다.

감시 카메라

또한 작업장 곳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어서 무언가 옷 속에 숨기려고 한다면 즉시 발견될 수밖에 없다. 만약 누군가 상품을 숨기려고 하면 주변 감시 카메라의 위치부터 확인하려고 하지 않을까? 작업 내용과 관련 없는 수상한 행동을 한다면 아마 집중 관찰 대상으로 타겟이 잡힐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 센터에서 우연한 계기로 한 보안 요원과 상품 반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결론은 보는 눈이 많다는 점이다. 무언가 어디에 숨기려고 해도 그전에 어떻게든 발견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요지였다.

결론

그래서 결론은 '센터에 있는 상품은 센터에서 가져 나오지 못한다'이다. 누군가 물류센터에서 상품 반출을 시도했다고 하면 다른 작업자들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이건 적발된 사람 본인 문제를 넘어서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누적되면 일반 작업자들에 대한 보안 시스템이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센터에서 일해보면 알겠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성실한 작업자가 대부분이다.

만약 일하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나중에 일 끝나고 직접 쿠팡 쇼핑몰에서 검색하고 구매해 보자. 쿠팡 쇼핑이 처음이라면 자신이 센터에서 작업했던 상품이 집까지 로켓 배송으로 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이다. 또는 평소 다른 쇼핑몰을 이용한다면 쿠팡과 가격 비교를 해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