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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 <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공연 감상 후기

by 비르자이 2022. 11. 19.

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일본의 3인 피아노·재즈 음악 그룹인「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 Kazumi Tateishi Trio」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선별하고 편곡하여 2010년에는 <Ghibri Meets Jazz∼ Beatiful Songs∼>를, 이어서 2011년에는 <Ghibri Meets Jazz∼ Memorable Songs∼>를 발매하며 일본 국내를 넘어 국외에서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진행한 내한 공연은 공연 전석 매진이 되었으며 발매한 앨범은 지금도 음악 사이트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웃의 토토로>를 계기로 처음 '스튜디오 지브리'를 알게 되었는데 이후 지브리가 만든 다른 여러 애니메이션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지브리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라면, 작화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수작업 감성과 순수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 수 있겠다. 여기에 더해 작품에 등장하는 감미로운 OST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모르고 있던 일본의 재즈 음악 그룹이지만, 이번 공연 정보를 접하고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피아노 - 타테이시 카즈미 立石一海, 콘트라베이스 - 사토 시노부 佐藤忍, 드럼 - 스즈키 마오 鈴木麻緒) 평소 OST를 좋아하기도 했고, 또 이들 트리오가 연주하는 재즈 버전의 지브리 OST는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해서였다.

 

 

마포 아트센터

<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공연은 10월 28일 (금)부터 11월 19일 (토) 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날 공연 관람을 위해 '마포 아트센터 아트홀 맥'을 찾았다. (6호선 대흥역 2번 출구에서 나와 구글 지도를 보고 7분 정도 도보)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건물 안에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무척 많아 지브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이곳에 없던 지브리 팬의 숫자가 훨씬 많을 것이다)

 

 

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잠시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서고 스태프에게 예매표를 확인한 다음 공연장 안으로 들어와 좌석에 앉아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2층 객석 맨 앞쪽에 있는 무대에는 아직 악기만 세팅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이날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한창 좌석을 찾느라 조금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대로 10분 정도 지났을까. 공연 시작 시간이 되니 공연장 전체에 정적이 흘렀고 곧 오늘의 주인공인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 세 멤버가 무대에 나와 객석에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입니다!' 간단한 인사부터 이번 시국으로 인해 약 3년 만에 한국에 다시 와서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등, 트리오 대장(?)인 카즈미 타테이시씨가 생각지도 못한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진행했다. 와우! 본격적인 곡 연주에 앞서 다시 일본어 소개가 이어졌지만, (곡과 곡 중간에도 통역 담당자가 나와서 소개) 트리오 대장의 한국어를 들고 있으니 이들이 정말 한국을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이날 공연은 크게 메인 주제인 '지브리 OST 연주'와 팜플릿 5∼8번 '공연 당일 공개' 곡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브리 OST는 원래 알고 있던 잔잔하고 아름다운 오리지널 OST에 재즈라는 생동감과 활기를 더한 새로운 버전의 지브리 OST를 만들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트리오가 사용한 악기도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드럼으로 고작(?) 세 종류가 전부였지만, 각 멤버가 저마다의 악기로 빚어내는 지브리 재즈 편곡 조합은 무척 신선했다.

 

팜플릿 5∼8번 '공연 당일 공개' 세 곡은 무슨 곡인지 궁금했는데 트리오의 이전 발매 앨범 수록곡이 있었고 또 깜짝 놀랍게도 우리나라 유명 만화 주제가 메들리 연주가 포함되어 있었다. 관객들은 몸이 먼저 반응했는지 연주 리듬에 맞춰 단체로 손뼉을 쳤고 익숙한 멜로디가 나올 때는 떼창도 했다. 공연장 전체 분위기 역시 무척 고조되었다. 연주가 끝난 뒤, 트리오 멤버들 또한 엄청난 박수갈채와 환호성을 받은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참, 이날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해금'이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스페셜 연주 게스트 - 김단비)네 악기의 합주곡은 공연 전체 곡을 통틀어 2∼3곡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인 곡은 '인생의 회전목마 人生のメリーゴーランド' (하울의 움직이는 성)가 아니었나 싶다.

 

연주를 듣는 동안 잠시 눈을 감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익숙한 장면을 떠올렸다. 원래 알던 곡에 재즈 연주와 해금 연주가 더해지니 내가 기억하는 애니메이션의 장면도 조금 새롭게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서양의 재즈 악기와 동양(한국)의 해금 조합은 분명 낯설었지만, 신선했다.

 

 

연주를 듣고 즐기는 사이, 어느새 공연도 막이 내렸다. 약 10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시나마 지브리 애니메이션 세계를 여행할 수 있었음에 기쁘다고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도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가 어떤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된다. <GHIBLI meets JAZZ 지브리, 재즈를 만나다> 공연 감상 후기는 이것으로 마친다.